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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상품들

중국으로 기술 이동중

하이닉스에서 분사한 TFT-LCD부문 자회사 하이디스를 사들인 BOE는 중국 최대의 TFT-LCD업체가 됐다. 중국 생산업체인 BOE-OT 공장 쇼룸에 이 회사에서 개발한 TFT-LCD패널이 전시돼 있다. [www.displaybank.com 제공]
"한국은 원천 기술은 없어도 독보적인 생산기술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웠다. 중국은 외국에서 사온 원천기술을 생산현장에 적용하는 한국의 생산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한국 인력스카우트에 열을 올린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수석대표)

핵심기술의 유출은 ▶인력이동 ▶부품 및 장비 수출로 인한 노하우 이전 ▶기술거래 ▶인수합병 ▶산업스파이 등 다섯 가지 경로로 이뤄지는데 인력 유출은 핵심기술 유출의 최대 경로로 꼽힌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중국의 TFT-LCD,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이 국내 기술인력 유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회전략과 선심전략=TFT-LCD 기술을 중국에 전파한 주역은 한국이다. 2002년 11월 중국 BOE사가 하이닉스의 TFT-LCD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사들이면서 중국 LCD 산업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5년이 채 안 된 올해 5월 말 한국의 비오이하이디스는 법정관리 인가를 받았다. 반면 BOE사가 하이디스 인수 뒤 중국에 차린 TFT-LCD 생산업체인 BOE-OT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업체로 올라섰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TFT-LCD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인력은 비오이 하이디스에서 건너간 100여 명의 한국인이다. 중국 기업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근무 조건 등을 내거는 등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회전략도 활용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인력에 대한 대우는 후하다. BOE-OT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100여 명의 급여와 주재원 수당 및 자녀 국제학교 학자금 등을 합친 인건비 총액은 나머지 중국인 전체 직원(3000여 명)의 인건비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인력은 골라 뽑는다=한때 인기절정이었던 IT 인력은 지금 중국에서 직장 구하기가 어렵다. 휴대전화 관련 디자이너와 칩셋 엔지니어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곤 휴대전화 기술인력 인기가 시들해졌다. 중국도 이미 충분히 기술력을 갖춘 데다 팬텍 등 국내 중견 휴대전화 업체들이 중국의 약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술인력들이 대거 직장 구하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헤드헌터인 엔터웨이파트너스 김수미 팀장은 "최근 휴대전화 전문가들 이력서는 많이 쌓이는데 갈 곳이 없다"며 "이 때문에 중국 업체라도 가겠다는 사람도 많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휴대전화 산업이야 말로 기술 및 인력 유출로 인한 부메랑을 우리가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기술인 경시풍조의 후폭풍=한국 기술인력의 이동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께 시작됐다.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는 빅딜 당시 구조조정된 반도체 연구원들이 이때 대거 대만으로 건너가 대만 반도체 산업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반도체업계에서 통하는 정설이다. 대우그룹 출신의 자동차.전자.건설기계 기술인들도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산업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그리고 이젠 최대 호황업종인 조선 기술인력들까지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